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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같은 사람으로 유경희 201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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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jpfuture.onmam.com/bbs/bbsView/50/3344968

 


어디에선가 봄이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봄은 생명이 탄생하는 계절이기에 누구나 설레임으로 기다리는 계절 인 것 같다.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아이에 모습을 그려보듯 다가올 봄의 모습을 그려본다.

아직 다 풀리지 않은 땅 밑에서 밖을 향해 뛰쳐나오기 위해 온 힘을 모으고  꿈틀거리고 있을 새싹들의 부림 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귀를 기울인다.

아직도  벌거벗은 체 떨고 있는 앙상한 나무들을 바라 보며 내 고향 집 앞에 홀로 봄을 기다리고 있을 은행나무가 생각난다 .

 

백년이 넘게 살아온 커다란 은행나무는  정자가 되어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쉼터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던 그 시절엔 동네 사람들이 더위를 쫓을 수 있게

커다란 그늘이 되어 준 은행나무.

장기 놀이를 즐기셨던 할아버지 곁에서 아이들은 고무신을 벗어 트럭을 만들어

흙을 싫어 날랐다 .

온 동네 아이들이 모여 여러 가지 놀이를 즐기며 꿈을 키워가던 하나뿐이던 놀이공원

동네아낙들은  돗자리 위에 아기를 늬우고 쉴 틈을 이용해 바느질을 하며

누구네 집에선가  삶아 내온 옥수수, 감자를 먹으며 정을 나누던 에덴동산이 부럽지 않던

그곳 은행나무 그늘아래는 많은 이야기와 추억이 숨 쉬는 사랑방 이었는데

이제는  여름이 되어도 찾는 이들이 없다.

바쁜 현대인들은 그때처럼 한가하게 돗자리 펴고 하늘을 볼 수 있는 여유도 없고

노인들만 남겨지신 마을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찾기가 서울 하늘에 별빛 찾기만큼이나

어려우니 은행나무 역시 현대판  독거노인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끔 들려 저희들의 이익만 챙겨가는 자식들 그래도 그 자식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하나라도  더 많이 챙겨 보내고 싶어 하시는 부모님들처럼 백년을 한결 같이 묵묵히 서있는
은행나무 .

그 옛날 몸이 불편해 늘 혼자여야만 했던 나는 은행잎이 피는 봄부터 눈보라치는 겨울까지

늘 나무아래서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며 학교에 간 친구들과  부모님을 기다리며 지내야 했다.

그런 나에게 은행나무는 둘도 없는 친구였고 스승이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았었고  늘 묵묵히 들어만 주는 나무가 고맙 기만 했었다 .

추운 겨울밤 행상 나가신 엄마를 기다리노라면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고 불안하고 초조해 가슴이 타들어 갈 때면 나무에 기대여 울곤 했다.

그때마다 나무는 내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경희야 울지 마

너는 그래도 기다릴 수 있는 엄마가 있잖아 그리고 들어가서 쉴 수 있는 따뜻한 집 도 있고

나는 기다릴 사람도 들어가 쉴 수 있는 집도 없어 나를 찾아오던  많든 사람들도 이처럼 추운겨울 에는 한사람도 찾아 주지 않아 하지만 나는 그들을 원망 하지도 않고 외로워하지도 않아

다만 나의 봄을 기다리지, 너도 나처럼 봄을 기다려봐!

슬퍼하지도 원망하지도 말고 그럼 너에게도 네가 기다리는 봄이올 거야 "

힘들고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때 마다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나의 봄을 향해 꿈을 키웠었다 .

그리고 아무런 대가 없이 주기만 하는 나무 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또 하나의 꿈을

키워갔

커다란 나무일수록 그늘이 크고 그늘이 크면 클수록 쉬어가는 사람이 많아진다.

거목 같은 은행나무에는 해마다 많은 열매가 맺었었고 가을이면 집집마다 은행 바가지가

가득가득 채워 졌었다 .

지금처럼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던 그 시절에 은행은 겨울날 아이들에게는 맛있는 간식거리였다

겨울날 화로 가에 모여 구어 먹는 은행 맛은 정말이지 일품이었다. 

더욱이 기관지 천식으로 고생 하시던 우리 아버지께는 약으로도 한 몫 해준 기억이 난다

눈 덮인 앙상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나에게 말없는 무언으로 속삭여 주던

친구였고 상담가였고 스승이었던 은행나무를 떠올리며 나는 지금 그 누구에겐가 나무 같은 사람 으로 살고 있는가 생각해 본다 .

아무도 찾는이 없어도 봄을 기다리고 푸른 그늘을 만들고 열매를 맺어 아낌없이 나누워 주는

은행나무처럼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많은 것을 소유할 수 있는 따스한 가슴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넉넉함과  겸손함을 갖춘,

주는것이 없어도 같이 있으면 행복해지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커다란 나무이고 싶다.

어디선가 오고있을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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