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가장 큰 문제는 물질주의" 한국교회발전연구원, 종교개혁 500주년기념 연속 심포지엄 개최
▲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은 25일 경동교회 장공채플에서 종교개혁 500주년기념 연속심포지엄을 개최했다. ⓒ 뉴스파워 범영수
현 한국 교회의 모습을 논할 때 부패한 중세교회를 떠올리곤 한다. 만약 종교개혁을 이끈 마르틴 루터가 이런 한국 교회를 본다면 어떤 조언하고 싶어 할까?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은 25일 경동교회 장공채플에서 종교개혁 500주년기념 연속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 교회 마르틴 루터에게 길을 묻다’란 제목으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권득칠 교수(루터신학대학교)의 사회로 진행됐고, 정병식 교수(서울신학대학교)와 김선영 교수(실천신학대학교), 김주한 교수(한신대학교)가 발제자로 나섰다.
‘한국 교회 갱신의 원천-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신학’이란 주제로 발제한 정병식 교수는 그동안 지적돼 온 루터에 대한 조직신학적, 윤리적, 실천신학적 비판에 대해 “오늘날 루터 신학은 교회적 현실의 원인이 아닌 갱신의 원천”이라며 변호했다.
정 교수가 정의한 종교개혁은 제도, 전통, 성서와 무관한 교회의 삶, 그리고 인간 권위 중심적인 중세 기독교를 거부하고, 성서와 하나님의 은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회형성, 즉 ‘새판 만들기’이다. 그는 루터의 종교개혁을 불러온 촉매제인 면죄부 판매에 대해 언급하며 “면죄부 판매는 루터가 사제로 있던 비텐베르크 신자에게도 영향을 줬으며 그 결과로 나타난 루터의 95개 면죄부 반박논제는 종교개혁과 프로테스탄트의 등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루터가 교회의 오류를 꿰뚫어 볼 수 있었던 요인을 탁월한 신학적 통찰이라고 분석했다. 루터는 신학적 질문들의 핵심을 파악하고 놀랄만한 독창성과 기세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정 교수는 “루터 신학의 핵심이 칭의론으로 귀결되지만, 종교개혁은 결코 칭의론 발견에서 그친 것은 아니다. 루터는 오직 하나님의 은총과 신앙을 통한 칭의를 말하면서 동시에 칭의의 복음이 올바르게 선포되지 않는 중세교회의 갱신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루터가 원하는 것은 새로운 중세교회 탄생이 아니었으며 교회 분열의 책임을 루터에게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이다.
정 교수는 루터 신학의 핵심은 ‘말씀 강조’에 있다고 말했다. 루터는 자주 믿음을 통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신앙의 대상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믿음으로만 살 수 있다는 것으로 공로와 행위를 인간의 구원에 연관시키는 중세교회의 입장과는 완연히 대립하는 것이며 루터 신학의 중심은 바로 이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 교수는 “루터가 말하는 하나님의 말씀은 듣는 말씀인 ‘설교’와 눈으로 보는 말씀인 ‘성례전’ 이 두 가지로 나뉜다”고 말했다. 루터는 설교야말로 구원을 매개하는 가장 중심적인 도구라 생각했고, 보는 말씀인 성찬은 듣는 말씀인 설교와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루터의 신학과 종교개혁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 한국 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위한 시대적 과제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정 교수는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를 물질주의와 양적 성장주의, 교권에 대한 욕심과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꼽았다. 정 교수는 “교회는 생명을 가진 유기체이며, 따라서 성장하는 것은 자연적 이치다. 그러나 물질과 양적 성장이 교회의 목표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종교개혁이 추구한 오직 성경, 오직 믿음이 아닌 ‘욕망’과 ‘집단적 이기’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교회의 현 실태를 루터와 연관시켜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 것은 루터 신학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국 교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답은 결국 개신교의 출발인 종교개혁에 있다”며 종교개혁이 추구한 본질로의 귀환을 한국 교회에 촉구했다.
‘오직 믿음만으로(sola fide)?’란 주제로 발제한 김선영 교수는 루터가 ‘오직 믿음만으로’를 외쳐서 믿음만 강조하다가 한국 개신교의 삶이 엉망이 돼 이 지경까지 왔다는 비판에 대해 “루터가 주장한 것은 외적 행위를 통해 자기 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닌,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에 의해 의롭게 된 사람이 진실한 사랑의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는 루터 이전에 사도 바울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루터가 말하는 ‘오직 믿음’에 대해 “루터는 성서가 무엇을 가르치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대답을 시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말했다. 루터가 성서에서 찾은 가르침의 핵심은 바로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만으로’이다. 루터는 로마서 1장 17절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의’는 죄인을 의인으로 만드는 그런 ‘의’라고 해석했다. 이 연결점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서 있고 ‘의인은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바울의 사상을 따른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루터에게 있어 의롭게 하는 믿음의 개념을 세 가지 중요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 요소로는 첫째, 복음의 계시에 따라 드러난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인간 자신에 대한 진실을 아는 차원의 믿음과 둘째,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신뢰 차원의 믿음, 마지막 셋째는 우리 가슴 안에 그리스도를 끌어안을 유일한 수단으로서의 믿음으로 능동적, 점진적 의 차원의 사랑이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루터의 사고 흐름은 예수 그리스도가 그리스도인의 존재의 원천이요 목적이며 예수 그리스도가 그리스도인의 행위의 원천이요 목적이란 것을 깨닫게 한다”며 루터가 믿음만을 강조해 오늘날 한국 교회가 엉망이 됐다는 지적을 반박하며 발제를 마쳤다.
‘마르틴 루터의 목회모델과 교회의 공공성’이란 주제로 발제한 김주한 교수(한신대학교)는 “구한말과 20세기 초엽 한국개신교회는 한국 사회에서 소수였지만 민족의 희망으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히 낮다”며 지난 2013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가 실시한 한국 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 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낮아진 이유에 대해 종교의 사사화(私事化)와 개교회중심주의의 심화, 극단적 배타주의, 교파분열 등으로 요약했다.
김 교수는 “종교개혁시대의 위기들은 오늘 우리 시대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과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지탱하기 위해 투쟁했다는 점에서 종교개혁운동은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풍부한 자원들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루터는 로마 가톨릭교회와 종교개혁 급진파들이 하나님 왕국과 세상 왕국을 혼동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루터는 하나님께서 영적 정부와 세상 정부, 이 두 정부를 세우셨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루터가 말하는 두 정부에 대해 하나님이 세상을 통치하기 위한 두 가지 방식으로 세상 정부는 지상의 평화와 질서, 그리고 사람들의 물리적인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영적 정부는 사람들을 구원으로 이끌기 위해 존재한다며 그 뜻을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루터는 두 왕국론과 그리스도인의 관계방식은 개인과 직책의 구분을 통해 설명한다”고 말했다. 이는 루터가 말하는 두 정부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이중 역할과 의무를 수행해야하는 이중 시민권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두 왕국론과 그리스도인 한 개인의 관계방식을 설명함에 있어 개인과 직책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며 “이를 구분하지 못할 때 그리스도인은 마치 교회가 세상을 지배하고 통치해야 한다거나 세상을 회피해 세상과 직책과 신분을 버려야 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고, 세상의 질서를 재편하거나 전복하려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루터의 두 왕국론과 개인과 직책의 구분은 그리스도의 사랑의 실천 덕목을 개인의 영역이든 세상의 영역이든 약화시킴 없이 실천될 수 있는 신학적인 제도 설계로 볼 수 있다. 이 두 영역은 결코 배타적인 것이 아니며 서로 분리되거나 관련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공적인 차원에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장려하는 것이 루터가 말하는 두 왕국론의 핵심 골자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루터의 신학은 사회, 정치적인 결과들을 도외시하는 신학적인 추상이 결코 아니며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사회적인 책임을 적극적으로 감당하도록 촉구해 이 세상 삶의 전 영역으로 그리스도인을 불러낸다”고 말하며 사회적 공신력을 상실하고 도덕적 무감각증에 깊이 빠진 한국 교회가 더 이상 이 세상의 책임을 방기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복음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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